본문 바로가기

아름다운 시

정지용님의 향수

향수(鄕愁)

정지용

 

넓은 벌 동쪽 끝으로

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,

얼룩백이 황소가

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,

---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

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

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

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

---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흙에서 자란 내 마음

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

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

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,

---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傳說(전설)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

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

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

사철 발 벗은 안해가

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,

---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하늘에는 성근 별

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,

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,

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,

---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

 

<<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담은 향수...

우리의 가고픈 고향을 그려 봅니다>>

'아름다운 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천상병 시인의 아침  (14) 2017.04.07
김 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  (20) 2017.03.08
정몽주의 단심가  (14) 2017.02.12
이방원의 하여가  (10) 2017.02.12
도종환 시인의 "담쟁이"  (31) 2017.01.25